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카테고리 없음 2014. 9. 1. 00:01

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.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.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바람의 노래를 들어라』

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든 것이 지나가 버렸다.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. 그리고 한때는 그의 내부에서 격렬하게 숨 쉬던 몇 가지 감정도 급격히 색깔이 바래졌고, 의미없는 오래전 꿈과 같은 것으로 형태를 바꿔갔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1973년의 핀볼』

온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, 나만이 같은 곳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. 1970년 가을에는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서글펐고, 그리고 모든 것이 빠르게 바래져 가는 것만 같았다. 태양의 햇살과 풀 냄새, 그리고 작은 빗소리조차도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양을 쫓는 모험』

불과 몇 걸음만 걸었을 뿐인데도 거기에 있던 것들은 금방 현실감을 잃어간다. 그리고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던 나까지도 가공의 존재처럼 생각된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해변의 카프카』

사실은 이렇게 만나서는 안 되는지도 모른다. 덴고는 천장을 향해 묻는다.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각자 소중히 가슴에 품은 채, 끝까지 떨어져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. 그러면 언제까지고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. 그 희망은 몸의 깊은 곳을 따뜻하게 해주는 자그마한, 하지만 소중한 발열이다. 손바닥으로 소중히 감싸서 바람으로부터 지켜온 작은 불꽃이다. 현실의 난폭한 바람을 받으면 훅 하고 간단히 꺼져버릴지도 모른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1Q84』

이따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깜박 잊을 뻔하기도 했다. 이건 진짜 현실일까. 자신에게 그렇게 물었다.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면, 다른 어디에서 현실을 찾아야 할지 그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. 그러니 우선은 이것을 유일한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.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어떻게든 이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1Q84』

떠올릴 수 없을 만큼의 긴 시간이 지나고, 흔들림이 가라 앉았을 때, 내부의 뭔가가 영원히 사라졌다. 그녀는 그것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. 뭔가가 끝난 것이다.

@ 무라카미 하루키, 『택시를 탄 남자

한 순간 세상이 흑백사진 속 처럼 고요하다. 악을 쓰며 울어대던 매미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. 마치 너와 컴퓨터만 남겨 두고 모두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느낌이다. 종일 컴퓨터에 코를 빠뜨리고 있던 너는 문득 시계를 올려다본다. 시계를 보지 않고는 도대체 몇 시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. 책상 앞 벽시계는 오후 네시 사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다. (중략) 놀이터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없다. 세상이 텅 비어 버린 것 같다. 너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와 인터폰을 든다. 경비원이 권태로운 목소리로 받는다.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, 혹시 사백이호에 소포 온 게 없느냐고 둘러댄다. 소포가 올리가 없다. 너는 씁쓸하게 웃으며 인터폰을 내려 놓는다.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서울의 소음에 단단히 중독되어 버렸구나 싶다.

@ 정영희 『낮술, 마음의백야』

 

당시의 나의 마음을 움직이던 문장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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